남편과 나는 한동안 주말이면 늦은 아침을 즐기기 위해 이름난 카페 (café)를 찾아 다니곤 했다. 바람도 쐴 겸, 거리가 좀 있는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다. 그 중 몇 몇 카페에는 계절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메뉴가 올라오는데, 가끔은 동네 가게 (super market)나 코스코 (Costco) 같은 대형마켓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신선한 야채들이 올라와 내 호기심을 자극하곤 했다.
물어보니,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이나 근처 농장에서 구해 온다고 했다.
물어보니,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이나 근처 농장에서 구해 온다고 했다.
알고보니 우리가 사는 지역 (San Francisco & Bay Area) 거의 모든 도시에,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 파머스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재미삼아 근처 몇 몇 도시의 장을 돌아보다, 자연스럽게 팔로알토 해밀턴거리(Hamilton Ave, Palo Alto)와 마운틴 뷰 에블린거리(Evelyn Ave, Mountain View)에 서는 두 장에 주로 발길을 하게 되었다. 두 장의 분위기가 다소 다르고 구할 수 있는 야채도 조금씩 다르지만, 두 곳 모두 우리가 즐겨찾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남편과 나는, 팔로알토 해밀턴거리의 장에 나오는 한 농장의 다양하고 싱싱한 야채들 (특히 이 농장에서 나오는 lettuce는 종류도 다양하고 싱싱한 것이 보기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남편은 이 농장의 프리제이-frisée를 좋아한다. 이 농장에서 내 놓는 야채와 과일 대부분이 이제 막 밭에서 나온 듯 신선한데, 특히 늦봄에서 여름 사이에 나오는 zucchini는 똘망똘망하게 생긴 것이 그 맛또한 똑부러진다.) 때문에 이 장 찾기를 더 즐겨하는데, 아쉽게도 12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는 문을 닫는다. 그래서 5월 중순, 장이 다시 설 때까지 마운틴 뷰 에블린거리에 서는 장을 대신 찾는다. 마운틴 뷰의 장은 규모가 커서 그런지 좀 어수선하고, 우리가 주로 찾는 야채를 내 놓는 농장이 거의 없어서 팔로알토 해밀턴 거리의 장이 서는 동안은 거의 찾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팔로알토 해밀턴 장에는 나오지 않는 로마네스크 브로콜리와 정말 맛있는 red leaf lettuce를 내 놓는 한 농장이 겨울이면 우리의 발길을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
이곳의 파머스 마켓은, 한국식으로 시골의 4일장 혹은 5일장의 개념과 비슷한데, 도시에 선다는 점과 그 규모가 작고 야채나 과일 등, 간혹 잼이나 꿀, 치즈 등도 있지만, 주로 농작물을 판다는 점에서 다르다. 야채나 과일을 파는 농장들 외에 이들 사이에 베이커리도 끼여 있고, 간단한 요기거리를 파는 카페테리아도 있긴 하다. 그리고 퍼포먼스 (performance)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돌아가며 찾아온다. 이들의 공연이 가끔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국밥집이 있고, 그 옆으로는 술빵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고, 그리고 사람의 발길이 뜸한 한 구석에서 아쟁을 키거나 피리를 불던 아저씨들이 있던 옛날 시골장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아주 다르다. 내 기억의 아쟁소리에는 배고픔이 배어 있었고, 국밥집 화덕에서는 아주머니의 한숨 섞인 연기가 힘겹게 오르곤 했었다. 하기야 시대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니 그럴 수밖에.
파머스 마켓을 찾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동네 대형마켓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야채는 물론,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비교적 싱싱한 야채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임에는 틀림없다. 품질과 가격은 농장에 따라, 야채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다. 솔직히 남편과 내가 이런 이유만으로 파머스 마켓에 가는 것은 아니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들을 보면서 주말의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남편과 내가 파머스 마켓 나들이를 즐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리를 걷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에 잠시 들러, 음식이야기를 하면서 그날의 날씨에 흠신 빠져 보는 것에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