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 동안 (REM Sleep)*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고 한다. 꿈을 안 꾼다는 사람은 단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사람마다 꿈의 현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며 꿈의 의미도 다르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꿈을 기억하는 편이다. 어느날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난 이후로,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 꿈을 정리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잠에서 깨자마자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꿈을 꾸었다는 사실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될 정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꿈은 사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태몽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고 있고, '꿈이 좋으면 복권을 사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걸 보면, 꿈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가 있다. 반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는 태몽이라든지 꿈이 가지는 예지적 기능이라는 개념이 없다. 인간이 왜 꿈을 꾸는지에 대한 일치된 의견은 없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꿈은 뇌가 뱉어내는 배설물 이상의 의미가 없다. 꿈의 해석을 통해 정신적 문제에 접근했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psychoanalysis)도 유물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여기서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몽과는 다른 개념이다.
꿈이 가지는 의미도 다르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현상을 주장하는 것은 미개한 것으로 보는 그런 곳에 살면서, 나는 왜 꿈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나의 현실적 삶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꿈이 주는 의미를 믿는 내가 덜 떨어져 보이기도 해서, 애써 무시하고 지내려고도 해보았지만, 가끔씩 내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현실이 되어버리는 꿈이 나를 계속 묶어 놓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꾸는 꿈 모두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의미가 있는 꿈은 다르다. 구별이 된다. 흔히 ‘예지몽’이라 불리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좀 다르다. 꿈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내 꿈에 나타난 현상들을 내 삶과 잘 엮어내는 재주가 있는 것 뿐이다. 쉽게 말하면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능력이 좀 남다르게 발달되었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가끔 날 ‘freaking psychic’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건 오해다. 혹시 ‘Psych’라는 TV 쇼를 본 적이 있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Psych’에서 숀 (Shawn)은 과장된 것이긴 하지만 남다른 관찰력을 가지고 있을 뿐, 초자연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Neuroscience의 시각에서 보면, 꿈이 뇌 작용의 결과임은 분명하다. 꿈의 기능이나 의미가 무엇인지 똑떨어지게 설명하지 못할 뿐, 인간의 정신적 작용의 하나라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꿈을 많이 꾼다는 것-꿈을 많이 기억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사람마다 뇌의 성능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나 감정 등을 이해하는 게 수월해진다. 남녀의 생각과 감정이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더 나아가 성적 성향이 homosexual인 것도 뇌 기능의 다른 점에 있다는 연구도 있다.
자궁 속에서부터, 잠을 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뇌는 사람마다 다른 독자성을 만들어낸다. 내게 일어나는 이 ‘꿈의 현상’도 바로 이런 것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 같으면 참 사는 게 지루할 것이다. 가끔은 그 다름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커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모든 인간이 다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세상보다는 충돌이 있어도 각자 다른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는 세상이 좋다.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지 않는다고 배척하는 것은 인간사회의 기본적 특성이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사회나 존재한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곳이 비교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라는 것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래도 인간사회는 인간사회다. 하지만 여기다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지 않으면 ‘틀렸다’고 하며 자신과 같아질 것을 강요까지는 하지 않는다.
꿈으로 사람의 속내를 알아내는 것은 이미 한물 간 유행이 되었고, 꿈을 왜 꾸는지 아직은 속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뇌 작용의 하나로 남아있다.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며칠 전 밤 새 내 머리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언젠가 구체적인 사건으로 내 삶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REM (rapid eye movement) Sleep
신체의 바이오리듬처럼 잠도 규칙적으로 일정한 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의 한 단계가 REM Sleep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눈의 움직임, 심장박동, 호흡 등이 비교적 빨라진다. 반면, 우리의 몸은 손가락과 발가락의 작은 경련 외 거의 마비상태에 빠지게 된다. 꿈이라는 현상이 이 단계에서 일어난다. 밤 새 REM Sleep은 여러 번 찾아 온다.
REM Sleep은 꿈 외에도 재미있는 현상을 보인다. 이 REM Sleep이 부족할 경우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수면장애를 겪게 되기도 한다. 수면연구들에 따르면, 사물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는 동안 반응을 보였던 뇌의 영역이 REM Sleep 동안에도 똑같이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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