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9일 화요일

영화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말 중에, ‘영화같은 이야기다’, 혹은 ‘영화같이 살고 싶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현실의 삶과 영화는 뭔가 다르다는 것, 적어도 영화 속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은 우리가 흔하게 경험하거나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는 아니더라도 영화 속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대부분이 극적 효과를 위해 어느정도 과장되고 미화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도 영화 속 사람들의 삶같은 이야기를 얼마든지 만들며 살아 갈 수 있다. 단지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을 뿐이다. 왜? 한 순간의 영웅놀이 혹은 로맨스로, 나중에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계산하며 행동하기 때문이다.

14년 전 일이다. 한 달이 넘게 밤낮 구별없이 해오던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모든 걸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나라 밖으로는 여행도 자유롭게 하지 못했던 시절에 젊은 날을 보냈기에, 그 당시 유럽으로의 여행은 꿈같은 것이었다. 한 달간의 모험같은 여행. 그리고 다시 숨가쁜 일상으로 돌아와 살아가던 어느 토요일 오후, 갑자기 생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 영화를 하나 집어 들었다.
감정이입이 뭔지를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영화, Before Sunrise.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속 두 사람, 제시와 셀린 (Jesse & Celine)의 말과 표정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감정이 다 그대로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영화를 보기 한 달여 전, 셀린의 자리에 내가 있었다. 하지만 난 셀린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칸 (Cannes)에서 로마 (Rome)로 오는 기차 안에서의 한 만남. 그와 나는 로마 기차역 근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그는 다음 기차를 타고 떠났고, 나는 로마에 남았다.
그는 휴가차 고향집에 가는 길이었고, 이태리의 아름다움이 뭔지 내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난 그의 눈에서 간절함을 보았고, 나역시 망설임이 없진 않았지만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기에, 난 모든 걸 모른 채 하며 기차역을 혼자 걸어 나왔다. 후에 어떤 아쉬움을 남길지 모르며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뒤 8년이 되어가던 해, 난 또 한번의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 기회를 가졌다. 이번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8년 전의 아쉬움 때문만이 아니라, 그동안 삶을 대하는 내 태도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Before Sunrise’ & ‘Before Sunset’과 같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난 충분히 한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엮었다. 그리고 끝을 보여주지 않는 해피엔딩 (happy ending) 영화의 뒷이야기처럼, 지금은 매일 일일 드라마, 때로는 일일 싯콤 (situation comedy) 시나리오를 써가고 있다.

영화같은 삶? 모든 게 자신의 선택에 있다. 때로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환경적 조건들이 나로하여금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결정의 순간에 이 길이 아닌 저 길을 선택한 것은 나였다. 여기에 대해서 문화에 따라 다르게 논의될 수 있는 심리학적 이야기가 있긴 하다.
왜 자신의 삶은 재미없고 지루하냐고? 그건 선택의 순간에 내렸던 결정들을 뒤돌아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영화같은 삶이라는 것,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냐고 묻는다면... 이건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다. 그건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니까. 어제는 비가 와서 좋고, 오늘은 해가 쨍쨍해서 좋고, 그리고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감이 있어서 좋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대가가 아니라 혜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심리학적으로, 우울증 (depression)은 생리학적 질병으로 말하자면 감기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우울증은 예고없이,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찾아들 수 있다는 얘기다.
우울증이 찾아오는 경로는 다양하다. 하지만 삶이 자신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와는 반대로 삶에 끌려다니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과 만날 기회가 적다고 한다.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Reviews-겔랑 수퍼 아쿠아 마스크 (Guerlain, Super Aqua-Mask)

일명 수분 마스크 팩

지난 번 클린저 (cleansing water)와 립밤을 챙겨오던 날 같이 들고 온 제품이다.
제품 광고 그대로의 효과를 기대하는 편이 아니라서, 트러블이 없고, 사용 후 어느 정도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들고 왔다.


1. 제품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 10 분간 얼굴에 붙였다 떼어내는 일반적 패치타입으로
• 한 박스에 6개가 들어있다.
• 이 제품의 주 타겟은 이름이 말해주듯 수분의 유지이며,
• 이를 통해 자외선 등의 손상으로부터 피부를 미리 보호한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 desert rose 추출물을 성분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시마 라인 (Issima Line) 제품에서와 비슷한 향이 난다.

2. 사용 경과
현재는 한 번 사용한 상태이며, 일주일에 한 번씩 사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사용 후의 결과를 주기 형식으로 써볼까 한다.

1회 (1월 11일)
• 가장 우려했던 일,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는 않았다.
• 팩을 한 다음날 아침에 특별히 달라진 점은 느끼지 못했다.
• 향이 좀 강한 것이 거슬리기는 하나, 일단 피부 트러블이 없었다는 점에서 계속 사용해 볼 생각이다. 이제까지 시도해 본 일명 '수분팩'이라고 하는 제품들 거의 모두가 피부 트러블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13일 수요일

Healthy Recipes-버섯 두부덮밥

A. 재료 (기준 3-4인분)
1. 두부 한모 반, 생표고 20개 정도 (중간 크기), 브라운 버섯 (brown mushroom) 15개 정도 (중간 크기)
2. 다진 마늘 1Tbsp, 다진 파 4 Tbsp, 다진 풋고추 2 Tbsp, 고추맛 기름 1 Tbsp, 포도씨 기름 (혹은 올리브 기름) 1 Tbsp
3. 소스 (sauce):
• 소스 a:
  돤장 ½ tsp, 콩간장 2 & ½ Tbsp,
 사과주스 2 & ½ Tbsp, 참기름 약간
• 소스 b:
  콩간장 6 Tbsp, 물 ¾ cup, 사과주스 3 Tbsp,
  고춧가루 1 & ½ Tbsp, 참기름 약간
4. 드레싱: 전분 1 tsp, 들깨가루 1 Tbsp, 물 1 & ½ Tbsp
Tips 
• 소스 'a'는 보통 두반장이라고 하는 하는 것을 대신해서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 사과주스는 설탕 대신 단 맛을 낼 때 내가 쓰는 재료다. 사과주스는 희석된 것이 아닌 천연 사과주스를 쓰는 게 좋다.
• 들깨가루만으로 드레싱을 만들어도 된다. 덮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약간의 전분을 넣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건강한 레시피'를 위해, 가공된 식품, 흰색 제품 (정제된 밀가루나 전분, 설탕 등), 그리고 기름 등은 가능한 적게 쓰려고 한다.

B. 만드는 과정











1. 준비
a. 4컵의 물을 냄비에 넣고 끓인다.
b. 물이 끓으면 표고버섯을 넣고 약 2분간 삶는다.
c. 삶은 표고버섯을 찬물로 헹구어 낸 다음, 손으로 살짝 물을 짜낸다.
표고는 길게 썰어 놓는다. * 아래 사진 참조.
d. 브라운 버섯은 버섯 모양대로 얇게 썰어 놓는다. * 사진 참조
e. 마늘, 파, 그리고 고추 등을 다져 놓는다.
f. 두부는 1㎝의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서 작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

2. 만들기

a. 살짝 달구어 놓은 큰 팬을 중간 불에 놓고, 고추맛 기름과 포도씨 기름을 두른다.
b. 다진 마늘, 다진 풋고추 그리고 다져 놓은 파의 반 (2 Tbsp)을, 기름이 살짝 달구어진 팬에 순차적으로 넣으면서 잘 섞어 준다 (약 5분 정도).
c. 마늘이 노릇하게 익어가면, 썰어 놓은 표고버섯을 팬에 넣고 잘 섞어 가며, 볶는다 (약 5분 정도).
* 이때 필요하면 포도씨 기름을 더 부어도 되지만, 담백한 맛을 원하면 더 넣지 않는 게 좋다.
d. 표고에 적당히 마늘 등의 맛이 배어갈 무렵, 만들어 놓은 소스 'a'를 숫가락으로 떠 넣어가며 볶는다 (5-10분).
* 이때 필요하면 불을 조금 올려도 좋다.
e. 소스가 표고에 배어드는 동안, 잘라 놓은 두부를 마이크로웨이브 (microwave)에 넣고 약 3분간 데운다.
f. 데워진 두부를 팬에 넣고 잘 섞어 놓는다 (1분 정도).
g. 소스 'b'를 천천히 골고루 두부에 부어 가며 잘 섞어 준다.
이때 간을 보고, 남아 있는 소스나 소금으로 입맞에 맞게 간을 맞춘다.
두부에서 짠 맛이 느껴질 정도로 간을 하면 나중에 음식이 짜게 된다.
h. 다져 놓은 파 (2 Tbsp)와 썰어 놓은 브라운 버섯을 넣고 잘 섞는다 (약 2분 정도).
i. 만들어 놓은 들깨가루 드레싱을 팬에 붓고, 잘 섞어 준다.

* 이 레시피대로 하면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맵지 않을 것이다.
매운 맛을 원하면 고추맛 기름이나 고춧가루를 좀 더 넣어도 된다.

2010년 1월 11일 월요일

꿈의 해석-신발 이야기

꿈에 신발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 되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한국사회에 신발이 상징하는 어떤 특정 현상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발이 항상 같은 상징적 의미로 꿈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꿈을 꾼 사람의 현실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여기 두 개의 꿈 이야기가 있다.

꿈 이야기 1

급히 길을 떠나야 하는데, 신발을 찾으니 없다.
꼭 신발은 챙겨야겠고 해서, 일단 눈에 보이는 신발 중에서 마음에 드는 신발 한 켤레를 집어든다. 하지만 갈 길이 급하기도 하고, 마음 속에 생각하고 있던 신발도 아니고 해서 신발은 신지 않고 그냥 들고 뛰어 간다.

한참을 뛰어 가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뭔가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보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곳에 계신다.
그런데 발이 시렵다. 발이 시렵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말한다.
“왜 신발은 들고 있는 거니. 신발을 신어라.”
“아버지, 그런데 이 신발 제가 원래 원했던 것이 아니예요.”
“그래도 지금 당장 발이 시렵잖니. 아쉬운 대로 그거라도 신어라.”

아버지 조언을 따르기로 하고, 신발을 신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신발을 신으니 그렇게 따듯하고 편안할 수가 없다.

꿈 이야기 2

옷을 차려입고 외출을 하려고 문을 여니 비가 온다.
우산은 없고, 꼭 나가야 하는 상황.

밖으로 나가려 발을 내미는 순간, 한 쪽 발에 신발이 없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찾는다. 신발장을 열으니 두 켤레의 신발이 보인다.
낡은 운동화 한 켤레. 그리고 구두 같기도 하고 운동화 같기도 한, 좀 독특하게 생긴 신발 한 켤레, 오렌지 색 포인트가 시선을 잡아 끄는 그런 신발이다.
입고 있는 옷과 딱 어울리는 그런 신발은 아니지만, 독특함에 끌려 오렌지색 신발을 꺼내서 신는다.
문을 열고 길을 나서니 비가 그친다.

이상의 두 꿈은 상징적이다. 꿈에 대해서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두 꿈을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꿈을 꾼 날로부터 1년 안에 예상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꿈이 앞 날을 미리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꿈보다 해몽이라고 사람들이 나중에 그럴싸하게 갖다 붙이는, 하인드 사이트 (hindsight)에 불과한 것인가?
머리로는 꿈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예시해 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실제 이런 꿈을 자주 꾸다 보면 무시하기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다.

2010년 1월 10일 일요일

버섯과 사랑에 빠진 남자

고기여 안녕
오랜 싱글생활에 따른, 건강과는 거리가 먼 남편의 식습관을 바꾸기 위한 작전이 조용히 진행되었다. 운이 좋게도 남편의 입맛이 서서히 변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예전의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변했다. 덤으로 몸까지 달라졌다.

요즘 남편은 고기-특히 붉은 살 고기(red meat)를 버리고 버섯과 한참 열애 중이다. 그렇다고 남편이 고기음식을 전혀 그리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옛 추억에 빠지기도 하지만, 많아야 한달에 두어 번, 모른 척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다.

요즘 남편이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애인들을 소개하자면,

 Shiitake, Maitake, Tree Oyster, 그리고 Brown .
1. 먼저 표고버섯이라 불리는 Shiitake는 주로 고기를 대신해서 쓰고 있다.
• 두부덮밥이라 불리는 음식에 고기 대신 표고를 넣으면, 표고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질감이 고기를 충분히 대신해 준다. 사람에 따라서는 맛도 더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 크림소스 파스타를 할 때 기본 맛을 내는 베이스로,
• 소바 샐러드나 각종 비빔국수에 볶음 고기대신 쓰면 좋다.
• 되장찌개 등에 넣으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2. 브라운 (Brown Mushroom)은 정말 다양하게 쓰여서 다 나열할 수가 없다.
•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는 색상만 다르고 양송이 버섯 (white mushroom)과 거의 똑같다. 하지만 양송이보다 쫄깃하게 씹히는 감이 좋고, 특유의 버섯향이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 두부덮밥이나 파스타 등의 요리에서 이 브라운의 역할이 아주 크다.
• 두부 프리타다 (tofu frittata)에 브라운이 들어가면 모양새는 물론 맛이 훨씬 좋아진다.
• 생선 매운탕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3. 마이타케 (Maitake)는 특히 항암효과가 크다고 한다.
• 끓여서 먹는 게 좋고, 기름과는 그리 궁합이 좋지 않다고 하니 기름에 오래 볶는 요리는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 살짝 삶아서 무침이나 샐러드를 하면 좋다.
• 마이타케도 표고만큼은 아니지만 씹히는 질감이 좋아서 고기 대신으로 쓰면 좋다.
• 매운탕이나 된장찌개 같은 음식에 부재료로 넣으면, 이게 아주 색다른 맛을 준다.
• 굳이 단점을 집어 보자면, 조금 비싸고 다른 버섯에 비해 비교적 빨리 마르는 편이다.

4. 트리 오이스터 (Tree Oyster)도 여기저기 다양하게 쓰인다.
• 우리집 식탁에서 이 오이스터 버섯이 가장 빛을 발하는 접시는 칼국수와 샐러드에서다.
• 생선매운탕과도 잘 가고,
• 프리타다에서도 브라운 못지 않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다.
• 이것 역시 비교적 빨리 마른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어서, 미리 할 음식을 정하고 사는 게 좋다. 하지만 홀푸드 등의 일반 마켓에서 구하는 것보다는 오래간다.

* 레서피 (recipes)
두부덮밥

2010년 1월 9일 토요일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 ) 2-이곳에서 구입하면 좋은 것들

어제 farmers market (파머스 마켓) 이야기는 조금은 감성적이고 주변적인 것이었다면, 오늘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파머스 마켓에서 구하면 좋은 야채나 과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파머스 마켓에 나와 있는 야채나 과일 등 모든 것들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농장에 따라 나오는 생산물도 다르고 품질도 다르다. 장에 나와 있는 물건에 따라, 그 물건을 찾아 오는 사람들에 따라, 파머스 마켓이 갖는 분위기가 있다. 어떤 장은 한국의, 조금은 어설픈 난장과도 같아서 살 거리가 거의 없기도 하다.

내가 자주 찾아 가는 장에서 주로 구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팔로알토 해밀턴거리 (Hamilton Ave, Palo Alto)
a. 올개닉 (organic) 버섯농장
시장 입구를 바라보고 서서, 맨 오른 쪽 줄로 가면 버섯농장 가게가 있다. shiitake (표고버섯), maitake, tree oyster, lion main, lobster, white (양송이), brown, king trumpet, portabella, truffle, 등등. 내가 다 못 외울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 나와 있다. 모두 말리지 않은 생버섯들이다. 이 모든 버섯들이 매주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truffle이나 lobster 등 몇 가지 버섯만 빼고는 거의 모든 장날에 구할 수 있다.
내가 주로 구입하는 버섯은 표고, 마이타케, 트리 오이스터 그리고 브라운이다.

• 표고, 화이트, 그리고 브라운은 거의 언제나 신선하다. 표고는 브라운 종이백에넣어 야채실에 냉장보관 했을 때, 2주까지도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한다. 브라운도 거의 2주까지 신선함을 유지하지만, 냉장보관 한 날로부터 7에서 10일 내에 먹는 게 가장 좋다. 냉장보관 했을 때, 화이트가 브라운보다 좀더 빨리 신선함을 잃어 간다.
• 마이타케와 트리 오이스터는 비교적 빨리 마르는 편이어서 그런지 때를 탄다. 그날그날 신선하게 보이는 종류의 버섯을 사는 게 좋다. 둘 다 브라운 종이백에 냉장보관 하고, 5일 내에 먹는 게 가장 좋다. 이 둘은 일주일이 넘어 가면 마르기 시작한다.
• 이들 외에도 한번쯤 시도해 보고 싶게 만드는, 이름도 생소한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버섯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이들 중에서 두어 종류 (porcini 와 nameko 등) 시도해 보았는데, 우리가 주로 해먹는 요리에 그리 썩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둘 다 취향을 탈 수 있는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b. Organic Lettuce농장
입구 중앙에서 약간 오른 편으로 있는 줄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야채를 내 놓고 있는 농장의 가게와 만나게 된다. 이름을 몰라도 바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그 농장의 야채들은 종류의 다양함에서부터 생김새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게 달라 보인다.
• 이 농장에서 내가 주로 구입하는 것은, frisée, lettuce (계절에 따라 lettuce 종류가 다양해진다.), broccoli, 그리고 zucchini (내가 이곳에 와서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서 단연 최고다.) 등이다.
• 이들 야채 외에 당근, 컬리 플라워 (curly flower), 각종 herb, 케일 (kale) 등도 아주 좋은 품질을 가지고 있다.

c. 기타
• 벨 페퍼 (bell pepper), 케비지 (cabbage), 가지, 고추, 등도 이곳 해밀턴거리 장에서 구입하면 좋은 것들이다.
• 이탈리안 페퍼, 칠리 등 다양한 종류의 페퍼를 내 놓는 한 농장에 가면, 한국 고추와 맛도 비슷하고 품질이 좋은 페퍼를 구할 수 있다. 시기가 한정되어 있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여름 막바지에 가면, 빨갛게 단장하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pepperoncini를 만날 수 있다. Aglio e Olio가 먹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2. 마운틴 뷰 에블린거리 (Evelyn Ave, Mountain View)
a. 올개닉 (organic) 버섯농장
팔로알토와 같은 농장에서 나오는 버섯이라고 하는데, 팔로알토 해밀턴거리 장에 나와 있는 버섯이 더 신선해 보이는 것은 왜 일까? 해밀턴거리보다 나오는 버섯 종류도 단출한 편이다.
• shiitake (표고버섯), tree oyster, white, brown, king trumpet, portabella 등, 어쩌다 물량이 적어서 일찍 떨어지는 날이나 아주 드문 경우를 빼고는 거의 매주 이들 버섯을 구할 수 있다. 마이타케 (maitake)는 종종 빠찌는 날이 있다.
b. Organic Lettuce, beet, broccoli 등
에블린 장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농장이 하나 있다.
• 이곳에 시즌에 맞게 가면 로마네스코 브로콜리를 구할 수 있다.
• 이 농장의 red leaf lettuce의 맛은 단연 최고다.
• 당근과 컬리 플라워 (curly flower), 케일 (kale) 등도 이곳에서
사면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다.

c. 기타
마운틴 뷰 에블린 장에는 아시안 음식에 쓰이는 채소들이 비교적 많이 나온다.
앞에서 말한 두 농장 외에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발길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토마토와 딸기는 이곳 에블린 장에서 구입할 만한 품목이다.

* 동네 가게나 홀푸드, 그리고 코스코 같은 대형마켓과 비교했을 때, 토마토나 딸기 등을 제외한 과일은 파머스 마켓에 나와 있는 것들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야채는 대체로 동네 가게보다는 신선한 편인데, 농장에 따라 편차가 있다.
* 버섯농장의 브라운과 화이트 머쉬룸은 유기농이 아닌 재래식으로 재배된 것들이다.

2010년 1월 8일 금요일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 ) 1

남편과 나는 한동안 주말이면 늦은 아침을 즐기기 위해 이름난 카페 (café)를 찾아 다니곤 했다. 바람도 쐴 겸, 거리가 좀 있는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다. 그 중 몇 몇 카페에는 계절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메뉴가 올라오는데, 가끔은 동네 가게 (super market)나 코스코 (Costco) 같은 대형마켓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신선한 야채들이 올라와 내 호기심을 자극하곤 했다.
물어보니,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이나 근처 농장에서 구해 온다고 했다.

난 이렇게 파머스 마켓을 알게 되었고, 한번 가보리라는 생각만 한 채 2년을 보냈다. 그러다 2년 전 늦은 봄, 종종 찾아가던 카페에서 점심에 가까운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그 동네를 한바퀴 돌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창 밖으로, 한 농장 가판대에 펼쳐져 있는 야채며 꽃과 과일 등이 보였다. 그날따라 유난히도 알록달록하게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남편과 나는 얼마 남지 않은 봄의 축복을 좀 더 느껴보자는 맘으로 잠시 들려 보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그곳에서, 한번 꼭 사보고 싶었던 로마네스크 브로콜리 (Romanesque broccoli)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농장에의 출입은 자연스럽게 파머스 마켓으로 이어졌다.

알고보니 우리가 사는 지역 (San Francisco & Bay Area) 거의 모든 도시에,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 파머스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재미삼아 근처 몇 몇 도시의 장을 돌아보다, 자연스럽게 팔로알토 해밀턴거리(Hamilton Ave, Palo Alto)와 마운틴 뷰 에블린거리(Evelyn Ave, Mountain View)에 서는 두 장에 주로 발길을 하게 되었다. 두 장의 분위기가 다소 다르고 구할 수 있는 야채도 조금씩 다르지만, 두 곳 모두 우리가 즐겨찾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남편과 나는, 팔로알토 해밀턴거리의 장에 나오는 한 농장의 다양하고 싱싱한 야채들 (특히 이 농장에서 나오는 lettuce는 종류도 다양하고 싱싱한 것이 보기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남편은 이 농장의 프리제이-frisée를 좋아한다. 이 농장에서 내 놓는 야채와 과일 대부분이 이제 막 밭에서 나온 듯 신선한데, 특히 늦봄에서 여름 사이에 나오는 zucchini는 똘망똘망하게 생긴 것이 그 맛또한 똑부러진다.) 때문에 이 장 찾기를 더 즐겨하는데, 아쉽게도 12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는 문을 닫는다. 그래서 5월 중순, 장이 다시 설 때까지 마운틴 뷰 에블린거리에 서는 장을 대신 찾는다. 마운틴 뷰의 장은 규모가 커서 그런지 좀 어수선하고, 우리가 주로 찾는 야채를 내 놓는 농장이 거의 없어서 팔로알토 해밀턴 거리의 장이 서는 동안은 거의 찾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팔로알토 해밀턴 장에는 나오지 않는 로마네스크 브로콜리와 정말 맛있는 red leaf lettuce를 내 놓는 한 농장이 겨울이면 우리의 발길을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

이곳의 파머스 마켓은, 한국식으로 시골의 4일장 혹은 5일장의 개념과 비슷한데, 도시에 선다는 점과 그 규모가 작고 야채나 과일 등, 간혹 잼이나 꿀, 치즈 등도 있지만, 주로 농작물을 판다는 점에서 다르다. 야채나 과일을 파는 농장들 외에 이들 사이에 베이커리도 끼여 있고, 간단한 요기거리를 파는 카페테리아도 있긴 하다. 그리고 퍼포먼스 (performance)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돌아가며 찾아온다. 이들의 공연이 가끔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국밥집이 있고, 그 옆으로는 술빵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고, 그리고 사람의 발길이 뜸한 한 구석에서 아쟁을 키거나 피리를 불던 아저씨들이 있던 옛날 시골장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아주 다르다. 내 기억의 아쟁소리에는 배고픔이 배어 있었고, 국밥집 화덕에서는 아주머니의 한숨 섞인 연기가 힘겹게 오르곤 했었다. 하기야 시대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니 그럴 수밖에.

파머스 마켓을 찾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동네 대형마켓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야채는 물론,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비교적 싱싱한 야채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임에는 틀림없다. 품질과 가격은 농장에 따라, 야채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다. 솔직히 남편과 내가 이런 이유만으로 파머스 마켓에 가는 것은 아니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들을 보면서 주말의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남편과 내가 파머스 마켓 나들이를 즐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리를 걷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에 잠시 들러, 음식이야기를 하면서 그날의 날씨에 흠신 빠져 보는 것에 있다.

2010년 1월 6일 수요일

겔랑 키스키스 베이비 립밤이냐, 프레쉬 슈거 립트리트먼트냐 (Reviews-Lip Balm)

Guerlain, kisskiss baby lip balm SPF 10 V.
Fresh, sugar lip treatment SPF 15

“여자라서 행복해요.” 대중•시장사회의 힘을 받아, 한국사회에서 한때 날렸던 광고문구다.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그 의미는 잘 모르겠고, 여자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많다는 것은 알겠다. 화장품을 챙겨 바를 때마다 은근히 남자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한다. 이말 들으면 말참견 하고픈 남자들이 몰려올지도 모르겠다. 남자들도 남자라서 불편한 점이 있을 테니까. “너희가 남자를 알아?” 이렇게 나오면… 여자인 나도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게 뭔지 모르겠는데, 내 어찌 뇌구조도 다르고 몸의 화학작용도 다른 남자들의 속사정을 알리요. 클린저 (cleansing water)가 며칠 전부터 달랑달랑 하는데도 사러 갈 시간을 못내고 미루다, 드디어 오늘 바닥을 보고서야 몰 (shopping mall)에 갔다 오면서 든 생각이다.

푸념은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니 접어두기로 하고,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립밤 (lip balm)으로 화두를 돌려야겠다. 오늘 이왕 시간을 투자한 김에 립밤도 챙겨들고 왔다. 이제는 립스틱 없이는 살아도 립밤 없이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여기서 또 시장논리가 어떻고 마케팅이 어쩌고 그러면 날새고 만다.

건조하고, 립스틱만 바르면 껍질까지 벗겨지던 내 아랫입술을 구제해 준 립밤. 그 하나가 슈거 립트리트먼트 (Fresh, sugar lip treatment SPF 15)이고, 다른 하나가 베이비 립밤 (Guerlain, kisskiss baby lip balm SPF 10)이다. 한동안 슈거 트리트먼트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요즘엔 베이비 립밤과 사귀고 있는 중이다.
둘 다 립밤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한다. 자세하게 따져보자면…

• 슈거 트리트먼트는 자연스러운 촉촉함을 주고, 베이비 립밤은 펄감이 있어 섹시까지는 아니더라도 느낌이 있는 입술을 보여 준다.
• 사용기간은 둘 다 그리 긴 편은 아니다. 베이비 립밤의 경우, 매일 하루에 서너 번 이상 쓰는데, 지난 해 8월 말부터 현재까지 4 개월 넘게 쓰고 있다. 슈거 트리트먼트의 사용기간이 베이비 립밥보다 조금 짧은 편이다.-슈거가 비교적 무르다.

• 립스틱 바르기 전에 바르고, 립스틱 본연의 색을 살리는데는 베이비 립밤이 좋다. 립스틱 위에 립글로스 (lip gloss)-립글로스의 찐덕이는 느낌이 싫은 경우 대신 바르기에는 슈거 트리트먼트가 좋다. 좀 더 무르기 때문인 듯.
• 둘 다 립밤으로서 보통 이상의 기능을 보여주는데, 사람에 따라서 천연화장품을 선호하거나, 입술 건조현상이 심한 경우엔 슈거 트리트먼트에 더 점수를 줄 것이고, 화장품으로서 표현력에 관심이 있는 경우엔 베이비 립밤에 점수를 더 줄 수 있을 듯.
개인적으로는 둘 다 좋아하는데, 오늘은 베이비 립밤을 집어 들고 왔다.

*립밤별전*
슈거 립트리트먼트 (Fresh)나 베이비 립밤 (Geurlain)은 둘 다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어서 취침용으로는 마땅치가 않다. 홀푸드 (whole food)나 동네 drug stores 혹은 세포라 (Sephora) 등에 가면 3불에서 12불 사이에 정말 다양한 제품이 있다. 입술이 갈라지는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이들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어느 것이든 취침용으로는 무난할 것이다.

Bosia-jujube salve stick, Desert Essence-Lip Rescue with shea butter, Burt’s Bees-replenishing lip balm, 그리고 pure softlips. 이 중에서 이름 값을 못한 버츠비 립밤 외에는 그런대로 쓸만했다.
요즘 잠자리 들기 전에 '립 레스큐' (Desert Essence-왼 쪽에서 다섯번 째)를 쓰고 있다. 처음 바를 때 입술에 왁스를 입힌 듯한 느낌이 그리 유쾌하지 않지만, 립밤으로서의 기능은 나름대로 하는 편이어서 그럭저럭 쓰고 있다. 하지만 다시 구입할지는 모르겠다.

2010년 1월 3일 일요일

리퀴드 파운데이션 리뷰 (Rieviews-Liquid Foundation) 2


2. 디올, 디올스킨 포에버 리퀴드 파운데이션
Christian Dior, DiorSkin Forever Extreme Wear Flawless Makeup SPF 25
디올 포에버.  지난해 여름, 가볍고 지속성이 좋다는 리퀴드 화운데이션을 찾아 나섰을 때 만난 제품 중 하나다.

• 가장 큰 장점은 지속성이 아주 좋다는 것이다. 한여름에도 루즈 파우더 (loose powder)로 가볍게 마무리 해주면, 처음 화장한 상태 거의 그대로 8시간 이상 지속된다. 물론 개인 피부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 커버력은 light to medium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 발림성은 그리 나쁘지 않으나, 피부상태에 따라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그날그날의 피부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좀 있는 편이다. 발림성에 있어, 끌레 드 뽀와 비교해 보자면 조금 떨어진다.
• 색상 (shade)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는 않으나, 021 '린넨'이 그런대로 내 피부톤과 제법 어울렸다. 색상은 다른 유럽이나 북미에서 나오는 제품들에 비하면 동양인 피부와 자연스럽게 가는 편이라 할 수 있다.
• 팔자주름이 있는 곳에 심하지는 않지만 골이 생긴다. 하지만 주름이 그리 깊지 않은 경우에는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내 경우를 보자면, 팔자주름이 상대적으로 심한 왼 편에만 골이 생겼다.
• 기타
용기는 펌프식이다.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은 미지수다. *참고로 리퀴드 파운데이션에 들어 있는 자외선 자단 성분의 효과와 실효성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면, click here
사용하는 동안 피부 트러블 문제는 없었다.

• 개인적으로 이 제품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모공이 있는 부위에 뭉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가지 더 꼽자면, 비교적 가벼운 편에 속하기는 하지만, 내 얼굴에서는 좀 무거운 느낌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었다.
* 종합적으로 보면, 피부상태가 건조하지 않고 팔자주름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제품이다.

3. 기타
아래의 제품들은 개인적인 판단기준에 의해서 일찍 탈락한 것들이라 리뷰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점이 있다.
a. 시슬리 오일프리 리퀴드 파운데이션
Sisley, Phyto Teint Eclant longue tenue
첫 느낌을 말하자면, 일반적인 리퀴드 파운데이션의 특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 색상은 아이보리 1, 내 피부와 딱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어우러지는 편이었다.
• 나와의 인연은 딱 일주일. 내 관심을 끌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얼굴 전체에 고르게 발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하면 뭉침현상이 있었던 것.
• 말그대로 실험에 그친 제품인지라 장기적인 skin-care 효과에 대해서는 알아 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촉촉한 느낌은 좋았다.
• 지속성은 좋은 편이나, 요즘 '지속성을 강조하고' 나오는 제품들에 비하면 떨어지는 편이다.

b. 알마니 실크 파운데이션-Giorgio Armani, Silk Foundation
화장품 전문가들과 사용자들의 평이 좋아서, 리퀴드 파운데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한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은 제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제품일 것이다. 나역시 기대를 한껏 하고 시도해 보았지만 결론은… 나와는 인연이 없음이었다.
• 색상 (shade) 선택의 폭은 아주 넓으나 내 피부톤에 맞는 색상을 고르기가 쉽지는 않았다. 결국 shade 5.5를 택했는데, 내 피부톤보다는 약간 어두웠으나 색은 예쁘게 나왔다.
• 질감이 아주 묽어서 피부에 쉽게 발라질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 발림성은 그리 좋지 않았다. 심하지는 않아도 뭉침현상이 있었다.
• 이 제품에서 지속성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 실크 파운데이션이 요즘은 매트, 루미너스 그리고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 이렇게 세 종류로 구분되어 나오고 있다. 내가 써본 것은 지금의 구분에 따르면 루미너스로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 이상의 제품을 포함하여 이런저런 파운데이션을 시도해 보면서, 문제는 내 피부에 있다고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리퀴드 파운데이션은 이제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지난해 여름이 다 갈 무렵,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시도해 본 것에서 행운을 얻었다. 정말 길고도 긴 여정이었다. 11년 만에 나도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써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찾아나선 이번 여정에서 다시 한번 더 확인한 것은, 화장품은 개인의 피부상태나 환경, 기후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그 반응의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와 나의 실험을 비교할 때, 정말 같은 제품을 쓴 것인지 의심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곳의 리뷰는 물론 어떤 리뷰도-심지어는 전문가의 리뷰도 참고만 하는 게 좋다. 자신의 피부상태와 리뷰어들의 피부상태를 비교하면서 리뷰를 읽고,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족하다.
* 참고로 나의 피부상태를 말하자면, 양 눈썹 사이와 코 주변으로 피부오일이 쉽게 올라오는 편이다. 나머지 부분은 보통이라 할 수 있는데, 수분이 충분한 피부는 아니다. 그렇다고 건조하지도 않다. 그리고 화장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2010년 1월 2일 토요일

리퀴드 파운데이션 리뷰 (Reviews-Liquid Foundation) 1

나의 리퀴드 파운데이션 사냥의 역사는 실패의 반복이었다. 지난해 여름 다시 용기를 내서 사용자 후기가 제법 쌓여 있는 관련 웹사이트 (http://www.makeupalley.com/)를 뒤졌다. 이곳의 리뷰를 중심으로 사용자 평이 좋은 제품들 중에서, 내게 맞을 법한 것들을 골라 시도해 본 결과, 거의 다 실패하고  현재는 겔랑 (Guerlain), 퍼루어 골드 (Rejuvenating Gold Radiance Foundation SPF 15-PA++)에 정착해 있다. 이 제품이 더이상 생산되지 않거나, 피부에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이보다 더 내게 맞는 제품이 나온다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기 전에는 이 제품을 계속 쓸 생각이다.
퍼루어 골드에 대한 리뷰와 함께, 나와는 인연이 안 닿았지만 그동안 시도해 본 제품 중에서, 나름 장점이 있었던 다른 리퀴드 파운데이션에 대한 리뷰도 있으면 참고가 될 것 같아 간단하게나마 소개해 본다.


1. 끌레 드 뽀 리퀴드 파운데이션
Cle de Peau, Refining fluid foundation SPF 24

• 발림성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피부상태에 따라 편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뭉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 커버력은 light to medium으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잡티 등을 가려 줄 정도는 아니다.
• 지속성은 보통 이상은 된다.
이것 역시 피부성격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으로 말하면, 현재 쓰고 있는 겔랑 퍼루어 골드보다는 티존 부위에 오일이 빨리 올라오는 편이다. 루즈파우더 (loose powder)로 가볍게 마무리하고 터치업없이 5-6시간 정도.
• 피부관리에 좋다.
skin-care 성분이 제법 들어 있어서 그런지 세안을 하고 나면 피부가 좋아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기타
펌프식 용기로 사용이 편리하다. 하지만 양 조절이 조금 아쉬운 편이다.-이것은 용기마다 다를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색상 (shade)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으나,  yellow 피부톤을 가진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있는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 심하지는 않아도 잔주름이 있는 곳에 골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 이점에서는 겔랑 (Guerlain) 퍼루어 골드 (Parure Gold)가 확실히 한수 위다.

• 종합적으로 말하면, 보통 이상의 품질을 가진 제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가지 점에서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아서, 앞에서 언급한 몇 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 달 정도로 인연을 끝내고 말았다. 하나는 피부 트러블이었고, 다른 하나는 색상의 변화였다. 파운데이션을 바른 직후에 보면 내 피부톤과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피부톤이 칙칙해 보이곤 했다. 참고로, 내가 선택했던 색상은 I01이었다.

꿈은 뇌의 배설물이다?

잠을 자는 동안 (REM Sleep)*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고 한다. 꿈을 안 꾼다는 사람은 단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사람마다 꿈의 현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며 꿈의 의미도 다르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꿈을 기억하는 편이다. 어느날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난 이후로,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 꿈을 정리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잠에서 깨자마자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꿈을 꾸었다는 사실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될 정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꿈은 사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태몽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고 있고, '꿈이 좋으면 복권을 사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걸 보면, 꿈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가 있다. 반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는 태몽이라든지 꿈이 가지는 예지적 기능이라는 개념이 없다. 인간이 왜 꿈을 꾸는지에 대한 일치된 의견은 없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꿈은 뇌가 뱉어내는 배설물 이상의 의미가 없다. 꿈의 해석을 통해 정신적 문제에 접근했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psychoanalysis)도 유물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여기서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몽과는 다른 개념이다.

꿈이 가지는 의미도 다르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현상을 주장하는 것은 미개한 것으로 보는 그런 곳에 살면서, 나는 왜 꿈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나의 현실적 삶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꿈이 주는 의미를 믿는 내가 덜 떨어져 보이기도 해서, 애써 무시하고 지내려고도 해보았지만, 가끔씩 내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현실이 되어버리는 꿈이 나를 계속 묶어 놓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꾸는 꿈 모두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의미가 있는 꿈은 다르다. 구별이 된다. 흔히 ‘예지몽’이라 불리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좀 다르다. 꿈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내 꿈에 나타난 현상들을 내 삶과 잘 엮어내는 재주가 있는 것 뿐이다. 쉽게 말하면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능력이 좀 남다르게 발달되었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가끔 날 ‘freaking psychic’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건 오해다. 혹시 ‘Psych’라는 TV 쇼를 본 적이 있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Psych’에서 숀 (Shawn)은 과장된 것이긴 하지만 남다른 관찰력을 가지고 있을 뿐, 초자연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Neuroscience의 시각에서 보면, 꿈이 뇌 작용의 결과임은 분명하다. 꿈의 기능이나 의미가 무엇인지 똑떨어지게 설명하지 못할 뿐, 인간의 정신적 작용의 하나라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꿈을 많이 꾼다는 것-꿈을 많이 기억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사람마다 뇌의 성능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나 감정 등을 이해하는 게 수월해진다. 남녀의 생각과 감정이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더 나아가 성적 성향이 homosexual인 것도 뇌 기능의 다른 점에 있다는 연구도 있다.

자궁 속에서부터, 잠을 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뇌는 사람마다 다른 독자성을 만들어낸다. 내게 일어나는 이 ‘꿈의 현상’도 바로 이런 것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 같으면 참 사는 게 지루할 것이다. 가끔은 그 다름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커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모든 인간이 다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세상보다는 충돌이 있어도 각자 다른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는 세상이 좋다.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지 않는다고 배척하는 것은 인간사회의 기본적 특성이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사회나 존재한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곳이 비교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라는 것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래도 인간사회는 인간사회다. 하지만 여기다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지 않으면 ‘틀렸다’고 하며 자신과 같아질 것을 강요까지는 하지 않는다.

꿈으로 사람의 속내를 알아내는 것은 이미 한물 간 유행이 되었고, 꿈을 왜 꾸는지 아직은 속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뇌 작용의 하나로 남아있다.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며칠 전 밤 새 내 머리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언젠가 구체적인 사건으로 내 삶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REM (rapid eye movement) Sleep
신체의 바이오리듬처럼 잠도 규칙적으로 일정한 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의 한 단계가 REM Sleep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눈의 움직임, 심장박동, 호흡 등이 비교적 빨라진다. 반면, 우리의 몸은 손가락과 발가락의 작은 경련 외 거의 마비상태에 빠지게 된다. 꿈이라는 현상이 이 단계에서 일어난다. 밤 새 REM Sleep은 여러 번 찾아 온다.
REM Sleep은 꿈 외에도 재미있는 현상을 보인다. 이 REM Sleep이 부족할 경우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수면장애를 겪게 되기도 한다. 수면연구들에 따르면, 사물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는 동안 반응을 보였던 뇌의 영역이 REM Sleep 동안에도 똑같이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