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0일 수요일

자외선차단제 (sunscreen)에 대한 오해와 진실 3


3. 자외선차단제의 효과
a. 기초화장품 (skin-care products)과의 관계
• 자외선차단제는 흔히 기초화장품이라고 불리는 skin-care 제품의 마지막에, 메이컵 (makeup)을 시작하기 전에 바르는 게 보통이다.
패션잡지 등에서 전해 주는 일부 정보에 의하면, 자외선차단제가 피부에 잘 스며들도록, 차단제 위에 다른 skin-care 제품을 바르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비가운 (Begoun, 앞의 책, p.144)에 따르면, 자외선차단제 위에 수분이 주 성분인 skin-care 제품을 덧바르는 것은 자외선차단제의 효과를 약화시키게 되므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제품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자외선차단제는 20분 내지 30분이 지나면 피부에 잘 정착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이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기 적어도 20-30분 전에 자외선차단제를 바를 것을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자외선차단제 위에 리퀴드 파운데이션 (liquid foundation) 등의 메이컵을 할 경우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20-30분이 지난 후에 메이컵을 시작할 것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makeupalley.com member center). 자외선차단제가 피부에 충분히 자리를 잡을 시간을 주라는 것이다.

• 자외선차단제가 주는 효과를 제대로 얻고자 한다면, 자외선차단제를 바를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자외선차단제의 성능을 실험할 때의 양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얼굴 전체에 골고루 제법 많이 발라야 한다는 것이다. 자외선차단제를 얼굴에 바르면 보통 번들거리기 때문에, 화장을 하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가능한 많이 바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자외선차단제로부터 얻는 혜택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 한가지 더 참고로 말하자면, 코팅되지 않은 titanium dioxide (TiO2)와 zinc oxide (ZnO)는 avobenzone의 성능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으니 (makeupalley.com member center), 코팅되지 않은 TiO2 혹은 ZnO성분이 들어있는 자외선차단제와 avobenzone이 주 성분으로 들어 있는 자외선차단제나 모이스처라이저를 함께 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다.

b.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제품을 여러 개 사용할 경우
• 마지막으로 바르는 자외선차단제를 그날의 차단제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SPF 수치는 산술적으로 합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skin-care 제품으로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을 일부러 찾아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는 skin-care 제품은 그 주 목적이 자외선 차단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가 기대하는 만큼의 차단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c. 메이컵 (makeup)과의 관계
가장 혼동되는 부분이 바로 makeup과의 관계다.
• Primer (흔히 메이컵 베이스라고 하는 것)와의 관계
primer와는 바르는 순서가 가장 먼저 문제가 된다. 자외선차단제 위에 어떤 것이든 덧바르면 차단의 효능이 준다는 것을 인정하는 한, 덧바르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실용적으로 보인다. primer의 주된 기능이 makeup 제품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피부의 결점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굳이 차단제의 효능을 줄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차단제 위에 바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메이컵을 하기 직전에 primer를 바르는 게 보통 사용자들의 습관이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primer 겸용의 자외선차단제-Dior Snowwhite Pure UV 50 ++++ 등이 시중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용자들에게는 딜레마로 남아 있다.

• Foundation-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powder 타입 외의 파운데이션과의 관계
기본적으로 자외선차단제 위에 어떤 것이든 덧바르면 그 효능이 준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파운데이션과의 관계가 가장 혼란스럽게 된다. 지금까지 조사한 책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특히 watery-type foundation이나 tinted lotion-type moisturizer (특히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면서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 같은, 비교적 손가락으로 많이 문질러서 바르는 종류는 자외선차단제의 효능을 많이 줄인다고 보면 된다. 두 제품을 섞어 바를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비교적 걸죽한 (thick) 리퀴드 파운데이션이나 cream-to-powder 혹은 stick-type 화운데이션을 바르는 게 그나마 자외선차단제의 효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

• Powder Foundation-자외선 차단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과의 관계
일단 화장을 마무리하는 파우더 (loose powder)로 가볍게 두드려 주는 것은 큰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compact-type의 파우더를 위에 덧바를 경우엔, 자외선 차단의 효과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는 화운데이션을 쓰는 경우
어느 형태의 파운데이션이든, 자외선 차단 성분 표시가 되어 있는 제품을 독자적인 자외선차단제로 쓸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파운데이션 등에 표시되어 있는 SPF 수치는 믿을 수 있다. 하지만 각 제품이 제시하는 대로의 차단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양을 골고루 발라주어야 하는데 (2㎎/㎠),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파운데이션만을 가지고 자외선 차단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말이다.
하지만 자외선차단제를 별도로 바르고 SPF가 표시되어 있는 powder-type의 파운데이션을 가지고 다니면서, 2시간 간격 (이 시간은 상황에 따라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으로 touch-up 해주는 경우에는 자외선 차단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Begoun, 앞의 책, p.145).
하지만 powder로 makeup을 마무리한 경우, 자외선차단제를 2시간 간격으로 덧발라주는 것은 그리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makeup 위에 덧바르는 spray-type의 자외선 차단제가 있긴 하지만, flawless makeup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쉽게 그 제품을 집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자외선차단제를 덧발라주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SPF가 표시되어 있는 compact powder foundation이나 붓타입의 powder를 가지고 다니면서 touch-up 해주는 방법이 그나마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참고*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SPF 수치가 15이상인 T/M와 자외선차단제와의 관계이다. SPF가 표시되어 있는 T/M 의 경우에는, 대부분 UVA를 차단해 주는 성분이 들어 있지 않거나, 있어도 충분하지 않아서 T/M 이것 하나만으로 자외선차단제로 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 기타 makeup 제품과의 관계
powder 형태의 eyeshadow나 blush는 아주 소량으로 touch-up 해주는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반면, 크림타입이나 액상타입의 blush나 하이라이터 (luminizer or glitter)를 바를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이야기 하자면, 이 제품들을 바를 때 얼굴에 바른 makeup과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 여러번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게 보통인데, 이것이 자외선차단제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밤이나 낮에도 실내에 주로 있는 경우에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시간 야외에 있는 경우에는 주의하는 게 좋다.

d. 종합해 보면,
자외선차단제는 makeup과는 여러면에서 조화되기 힘든 물건이다.
하지만 피부가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면 어떤 makeup으로도 가릴 수 없게 되는 결점을  갖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자외선차단제의 효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화장을 하는 게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리뷰를 보고 싶으면 여기를 눌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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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자외선차단제 (sunscreen)에 대한 오해와 진실 2

2. UVA 와 피부노화
a. UVA와 PA
• 우리 피부에 손상을 주는 자외선에는 UVB 말고 UVA가 있다. UVB에 의한 손상 즉, sunburn (피부가 붉게 되면서 화끈거리게 되는 상태, 일종의 화상)보다는, 당장에는 피부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실질적 피부노화-주름, 기미, 주근깨 등의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UVA에 의한 피부손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정론이다.

• 보통 PA 옆에 표시된 +의 갯수로 그 보호 정도를 표시한다. +가 많을수록 보호정도가 높다. 보통 + 3개( +++)를 이상적으로 본다. +++는 PPD(persistent pigment darkening)가 8이상이라 보면 된다. 이 표시가 되어 있지 않으면, titanium dioxide(TiO2) 혹은 zinc oxide(ZnO) 혹은avobenzone(parsol 1789) 중에서 어느 한 성분이라도 일정량 들어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각 성분의 비율(%)만 보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은 그 보호 정도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titanium dioxide 와 zinc oxide는 UVA 차단성분으로서 각각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TiO2는 UVAI(긴 파장)을 걸러 내는데 ZnO만큼 훌륭하지 못하지만 photostability (차단 효과)는 좋은 편이다. 따라서 PA표시가 없으면 일반 사용자들은 어떤 성분의 어떤 조합이 더 보호 정도가 높은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근래에는 이상의 성분 말고도 helioplex (뉴트로지나에서 avobenzone의 안정성을 위해 주로 UVB차단 성분으로 쓰이는oxybenzone과 hallbrite TQ라는 광안정용매제를 avobenzone에 넣어 개발한 성분), 혹은 Mexoryl SX (2006년 FDA가 미국내에서 사용을 허용한 성분으로 La Roche-Posay, Lancome 등에서 나온 몇 제품들에 이 성분이 들어 있다.) 등이 쓰이고 있다.

b. UVA차단 성분에 대한 오해와 진실
• 가능한 PA +++가 표시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멜라닌 색소 때문에 기미 주근깨가 올라오기 쉬운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PA 옆의 +의 갯수만으로 안심할 수가 없다. PPD(PA + 갯수)는UVA 중에서UVAI (긴 파장) 보호와는 상관이 없다고 하니 (makeupalley.com의 member center) 자외선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보인다.

• 여기서 자외선차단제를 선택할 때,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각 성분의 특성이다. avobenzone 은 UVA차단 능력은 크나 그 photostability (햇볕에 노출되었을 때의 안정성)이 낮아 주로 다른 성분과 함께 쓰인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경우는 이 성분에 민감해서 이 성분이 들어가 있는 제품은 피한다. 그런데 의외로 시중에 나와 있는 자외선차단제 중에서 이 성분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많은 편이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avobenzone을 피하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chemical 차단 성분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TiO2나ZnO을 physical 차단 성분이라 하여 이 성분이 들어 있는 자외선차단제를 선호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 두 성분 역시 chemical이라고 한다 (Begoun, 앞의 책, p.151). 따라서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 차단제를 선택하느냐는, chemical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실제 자신의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면서 제대로 UVA를 안정적으로 걸러주느냐에 있게 된다

• 왜 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트러블 혹은 불안정성의 위험을 무릅쓰고 avobenzone을 쓰느냐? 그것은 다른 성분(특히 ZnO)에 비해 값이 비싸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것보다는TiO2나 ZnO가 주성분 (active ingredient)으로 들어 있는 제품을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되는 백탁현상이라는 것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TiO2나 ZnO가 주성분이라 해도 새로운 기술 (미세입자) 덕분에 백탁현상이 거의 없는 제품들이 나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란이 있다. 이 미세입자의 인체에 대한 안전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한때 자외선차단제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어난 적이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면 click here). TiO2나 ZnO, 둘 다 불활성 미네랄로 비교적 피부에 안전하고 안정적인 성분이어서, avobenzone에 비해 피부 트러블을 덜 일으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Begoun, 앞의 책, p.151). 하지만 TiO2는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기도 한다.

*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3이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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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차단제 (sunscreen)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태양은 겨울철 우기를 제외하고는 말그대로 언제나 쨍쨍하다. 게다가 밖에서 시간 보내는 걸 즐기다 보니 자외선차단제를 챙겨바르는 것은 밥 먹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되었다.

내게 맞는 자외선차단제를 찾아 다닌지 거의 5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딱 이거야’라고 말할 만한 제품을 만나지 못했다. 자외선차단제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자외선차단 성분의 유해성 또는 실효성 논란 등 때문인지, 자외선차단제로서 효과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 내 피부에 맞는 제품을 찾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외선차단제에 들어 있는 성분에 대해 알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리뷰를 찾아 다니며 자외선차단제 성분과 그 작용도 검토해 보았다.
이런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점을 알게 되었다. 자외선차단제가 주는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자외선차단제 자체의 성질을 이해해야 함은 물론, 이에 못지 않게 이를 사용하는 방법과 다른 화장품과의 궁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외선차단제의 기능과 그 사용방법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이러쿵 저러쿵 말들도 많고 서로 반대되는 말도 적지 않아서, 제대로 된 자외선차단제를 찾는 일이 더 복잡해졌다.
자외선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완전한 자유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여기저기 떠도는 말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것 같아서,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 보았다.

1. SPF 지수와 지속시간 
a. SPF (Sun Protection Factor)란?
간단히 말하면, 자외선 중에서 UVB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를 의미한다. 자외선차단제로서, sunscreen, sunblock, sun cream, sun shield 등 sun 옆에 어느 이름을 갖다 붙이든, 자외선을 와전히 차단해주는 차단제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정론이다.-FDA는 sunblock이란 이름을 미국내에서 쓰지 못하게 규율하고 있다. 그 이름보다는 SPF 옆에 써있는 수치가 자외선(UVB)차단제의 성능를 말해준다.

SPF 옆에 써있는 수치는, 그 차단제를 바르고 태양 아래서 sunburn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말해준다.-여기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다. 한 피부과의사의 말에 따르면, 이는 시간 개념이 아니라, 최소 홍반량 (MED)의 비율을 뜻하는 지수라고 한다. 최소 홍반량이란 피부에 홍반을 일으키는 최소 자외선 량을 말하는 것이며, SPF =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뒤 최소 홍반량/그냥 놔둔 피부의 최소홍반량’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SPF 15라는 것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뒤에는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15배의 광량을 쬐어야만 홍반이 생긴다는 의미라는데, 그렇다면 SPF 수치에 따라 차단제의 작용시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SPF수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피부에 더 나쁜 것도 아니게 된다.

하지만 화장품업계에서는 보통 SPF를 시간지수로 보고 있다. 보통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sunburn(빨갛게 되는 것)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개인차가 다소 있겠지만, 15-20분으로 보는 게 보통인 것 같다.-이는 피부의 멜리닌 색소의 함유량에 따라 달라진다. 수치 1이 이 시간을 의미하므로 수치가 20이면 20배가 되는 것이다 (20X15 또는 20).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수치에 관계없이 차단 효과가 줄어든다고 한다. 또, SPF 15는 UVB를 93.3% 차단하는 반면, SPF 30은 96.7%를 차단해주기 때문에 수치의 변별력이 없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makeupalley.com). 그렇다면 SPF 수치는 지속시간과 그리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바로 여기에서 사용자들의 혼란이 시작된다.

b. SPF 수치가 높을수록 지속시간이 길다?
이론적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차단제를 바르고 난 뒤엔, 여러가지 이유로, 원래 지수가 보여주는 지속시간보다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차단제의 지속시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개인적인 요인(지성/건성, 땀의 분비 정도), 환경적인 요인(건조한 곳/습한 곳/태양에의 노출 정도) 그리고 개인의 습관(화장품을 바르는 순서, 바르는 makeup의 종류 등등) 등이 있으며, 이것들이 상호 복잡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면 피부에서 오일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이 땀을 많이 흘린 경우라면 그 지속시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이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특히 비가운 (Begoun, The Beauty Bible, The Beginning Press, 2nd ed., pp.139-145)에 따르면, 화장을 하는 여성의 경우, 차단제 위에 덧바른 다른 화장품의 성질 그리고 그것을 바르는 방법 등이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것들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두는 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수가 보여주는 시간 그대로 효과를 누릴 수 없으니, 전문가들은 SPF 15 이상이면 일상 생활에서는 족하다고 하는 것이고, 2시간 간격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 주는 게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파우더 메이컵 (powder makeup)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으므로, 이건 솔직히 현실성이 없는 조언으로 보인다.
운동을 할 때는 또 말이 달라진다. 수영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경우에는 지속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water resistant sunscreen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야외에서 하는 운동일 경우엔 지수가 높은 스포츠용을 써주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c. 그렇다면 SPF 지수가 높은 제품을 사서 바를 필요가 없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가 없다. 앞서 말한 여러 요인의 영향으로 인하여 사람에 따라, 같은 사람인 경우에도 환경에 따라, 그날그날 하는 일에 따라 차단제의 지속시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 일상생활에서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는 시간이 거의 없을 경우 외에는 적어도 SPF 20 이상 (물론 UVA 차단 성분도 포함한 것)을 바르는 게 현실적으로 보인다. 나의 경우는 이곳의 기후를 고려해서, 일상용으로도 여름엔 SPF 지수가 높은 것, SPF 40-50 정도를 쓴다. 그리고 특별히 야외에서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겨울이든 여름이든 50 이상을 바르고 있다.

• 수영을 할 경우에는, 진정 sunburn을 원하지 않는다면 물에 들어간 후 적어도 80분 후에는 다시 차단제를 발라주어야 하기 때문에, 지수보다는 water resistant 정도를 고려하는 게 좋다. 그런데 아무리water resistant 가 강한 것이라 해도 80분을 넘기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위의 책, p.145).

• 결론적으로 말하면, SPF 지수가 높은 것을 사서 바를 가치는 있다. 하지만 정말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받고 싶다면, SPF 지수 외에도 다음의 사항도 함께 고려하는 게 현실적으로 보인다. UVA 차단 성분의 함유여부, 다른 skin-care 제품이나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여러 개 동시에 사용할 경우 이들과의 역학관계 등등.

* 계속을 누르면,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글이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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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겔랑 빠뤼르-퍼루어 골드 (Geurlain, Parure Gold)

Parure Gold-Rejuvenating Gold Radiance Foundation SPF 15 PA ++


내가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겔랑 (Guerlain)에서 나온 리퀴드 파운데이션 (liquid foundation), 보통 '퍼루어 골드'라 불리우는 것이다.
화장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나름 사용자 평이 좋은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찾아 다니며 이것저것 (끌레 드 뽀-refining fluid foundation SPF 24 of Cle de Peau, 알마니-silk foundation of Giorgio Armani, 시슬리-oil free foundation of Sisley, 디올-DiorSkin forever of Christian Dior, 등등) 시도해 보았지만, 다 실패하고 처음으로 만족하면서 쓰고 있는 제품이다. 2009년 9월부터 현재 (12월)까지, 한눈 팔지 않고 꾸준히 사용해 오고 있다.

* 이 제품의 장점은
1. 얼굴에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다.
• 화장품에 아주 민감한 피부를 가진 탓에, 화장품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게 제품의 성분이다. 나의 경우는 미네랄 오일이나 자외선차단제 성분 중 특정 성분 (특히 avobenzone)이 들어 있는 제품을 바르면, 정확히 12시간 안에 턱 주변으로 뾰루지가 올라 온다.
성분을 검토해 보았을 때, 일단 피하는 성분이 들어 있지 않아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시도해 보았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피부 트러블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 피부 트러블과 관련해서 한가지 더 좋은 점은 pore-clogging현상이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pore-clogging이 심하면 모공이 막혀서 뾰루지나 블랙헤드 (black head) 등의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
2. 발림성이 좋으면서도 지속성이 좋다.
• 팥알 크기 정도로 손 등에 짜서, 손가락으로 이마와 양 볼에 조금씩 묻혀서 가볍게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얼굴 전체에 고르게 발라진다. 보통 묽은 리퀴드 파운데이션과는 달리 여러 번 문지를 필요가 없다. 한 대여섯 번 정도. 어떤 제품처럼 얼굴 전체에 다 펴 바르기도 전에 말라버리는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말그대로 딱 떨어진다.
• 마무리 파우더 (loose powder)를 붓으로 묻혀 여분을 살살 털어내고, 유분이 쉽게 배어나오는 양눈썹 사이와 콧등, 그리고 코와 볼이 이어지는 곳만 살짝 쓸어주면, 나의 경우는 8시간 이상 한번의 터치업 (touch-up) 없이 촉촉한 얼굴을 유지할 수가 있다.
*참고로 말하면, 양눈썹 사이와 콧등, 그리고 코와 볼이 이어지는 곳에, 심하지는 않아도 유분이 올라오는 편이다. 사실 이번 겨울, 햇볕이 강한 날 2시간 이상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장시간 운전을 하거나 거리를 돌아다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마무리 파우더를 바르지 않았는데도 한번의 터치업 없이 8시간 정도는 무난히 지낼 수 있었다.
3. 자연스러운 화사함을 준다.
• 제품 설명서에 따르면, 제품 내의 골드성분이 이중효과 즉, opaque side는 피부노화에 따른 징후들 -잡티나 주름 등을 최소화해주고, golden side는 빛의 반사에 따라 얼굴에 화사함을 준다고 한다.
모든 화장품이 광고한 대로의 효과를 주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솔직히 과대광고가 많은 게 사실이다. 나의 경우는 제품설명서가 약속한 효과의 30%만 있어도 사용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이 제품의 경우는 50% 이상을 주고 싶다.
• 겔랑에서 나온 리퀴드 파운데이션이 보통 붉은 기 (pink tone)를 띠기 때문에, 엘로우 피부톤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붉게 표현되는 편인데, 이 제품은 그렇지가 않다. 손등에 짜 놓고 보면 붉어보이지만, 반사효과 때문인지 얼굴에 바르고 나면 자연스러운 화사함을 준다.
• rejuvenating 효과에 대해서는 사용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약 4개월) 아직 할 말이 없다 (솔직히 크게 기대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잔주름을 돋보이게 하지는 않는다.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팔자주름이 있는 곳에 골이지는 게 보통인데, 이 제품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다. 수다를 좀 떤 날에만 터치업 스폰지 (sponge)로 살짝 눌러주면 된다. 이점이 내가 이 제품에 반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4. 기타
• 펌프식 용기로 원하는 양만큼만 짜낼 수 있어 편리하다.
•커버리지는 light to medium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참고로, 가벼운 화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인기가 있을 듯하다.
•자외선차단 성분이 제법 들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파운데이션 등에 들어 있는 자외선 차단 성분의 작용과 효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면 여기를 눌러보세요.

* 단점이 하나 있다면,
색상 (shade)의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을 타겟으로 색상을 조절해서 나오지 않았다면, 엘로우톤이 강한 사람의 경우엔, 피부에 맞는 색상을 고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골드성분의 반사효과로 인해 겔랑의 다른 제품들보다는 붉은기로 인한 문제는 비교적 적어 보인다.
나의 경우는 02 (beige clair) 색상을 쓰는데, 피부톤을 일정하게 정리해 준다. *참고로, 나의 경우는 창백한 편이어서, 바비브라운 제품은 너무 노랗다고 보면 된다.

* Ingredients
Active ingredients: octinoxate 4.0%, titantium dioxide 2.5%
Other ingredients: acqua (water), cyclopentasiloxane, alcohol, peg-9 polydimethysiloxyethyl, dimethicone, cyclohexasilicone, acrylates copolymer, C12-15 alkyl benzoate, acrylates/dimeticone copolymer, propylene glycol dicaprylate/dicaprate, mica, silica, sorbitan sesquioleate, phenoxyethanol, tribehenin, stearic acid, disteardimonium, hectorite, sodium myristoyl, glutamate, parfum (fragrance), alumina, aluminium hydroxide, butylenes glycol, centella asiatica leaf extract, propylene carbonate, terasodium edta ceramide 2, peg-10 rapeseed sterol, butylphenyl methylpropional, linalool, citronnell, lactic acid, dimethicone, alpha isomethyl ionone, methylparaben, benzyl benzoate, geraniol, bht, limonene, hibiscus esculentus fruit extract, buthylparaben, ethylparaben, citral, isobutylparaben, propylparaben, palmitoye oligopeptide, +/-CI77891 (titanium dioxide), CI77492, CI77491, CI77499 (iron oxides)

2009년 12월 26일 토요일

레시피-브로콜리 초간장절임

재료 (Ingredients) 및 준비물
1.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한 송이
2. 간장 1컵 반, 물 2컵, 설탕 1컵 반, 식초 1컵
3. 유리병 1.5ℓ (약 50 oz)

* Tips
보통 간장과 물의 비율을 1:1로 하고 식초와 설탕을 1:1로, 그리고 간장과 설탕의 비율을 1.5:1로 하는데, 간장과 물 그리고 식초, 설탕의 비율은 각자의 식성이나 제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적당한 비율로 섞고 나서, 입맛에 맞게 양을 조절하는 게 현실적이다. 맛은 간장소스를 끓인 후에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간장소스의 맛 강도가 브로콜리 등 내용물의 맛의 강도와 거의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간장은 국간장 외에 어느 간장을 써도 무방하다. 나의 경우는 콩간장을,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MSG 등 첨가물이 없는 제품 중에서 골랐다. 설탕은 브라운설탕을, 식초는 글루텐이 없으면서 (gluten free), 물로 조금 희석시킨 사고식초를 썼다. 브라운설탕, 식초 모두 제조사마다 양에 따라 맛의 강도가 다르다는 것을 염두해 두는 게 좋다. 즉 같은 양이라도 전체적인 맛에 주는 영향은 조금씩 다르다는 이야기다. 한두 번 하고 나면 자신만의 레서피가 나온다.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보면서, 자신만의 레서피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음식을 만드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지…











만드는 과정 (cooking instruction)
준비과정
1. 병은 깨끗이 씻어서 뜨겁게 끓인 물로 헹구어 놓는다.
* 이때 물에 데이지 않도록 조심!
2. 브로콜리는 작은 송이송이로 분리해, 흐르는 물에 헹구어 체에 받쳐 놓는다.
* 물기를 완전히 빼는 게 좋다. 확실하게 하고 싶으면 종이 (paper towel)로 살짝살짝 눌러가며 물기를 빼는 방법이 있다.

만들기
1. 중간 크기의 냄비에 준비한 간장, 물, 그리고 설탕을 넣고 끓인다.
2. 냄비의 간장소스가 끓으면 불을 끄고, 간장소스에 식초를 조금씩 넣어가며 맛을 본다.
* 자신의 입맛에 따라 식초의 양을 조절한다.
3. 맛을 조절했으면 다시 불을 켜고 팔팔 끓을 때까지 간장소스를 끓인다.
4. 잘 마른 병에 물기를 뺀 브로콜리를 넣는다.
5. 간장소스가 끓어 오르면 불을 끄고, 바로 준비 된 병에 간장소스를 붓는다.
* 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소스를 식혀서 붓는 경우도 있지만, 어렸을 적에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뜨거울 때 부어야 사각사각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6. 간장소스가 담긴 병을 서늘한 곳에 놓아 두고, 내용물이 다 식은 후에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 내용물에 따라서 먹을 수 있는 때가 조금씩 다르다. 내 경험으로 보면, 양파의 경우는 일주일 정도 지나야 양파의 매운 맛이 없어지고 맛이 제대로 났다. 브로콜리의 경우는 하루 정도면 충분해 보인다.

2009년 12월 25일 금요일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이야기 1

 주말 아침, 가끔은 눈꼽을 매단 채 잠옷바람으로 뭉그적거리며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마음을 훅 날려버리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장바구니를 들고 남편과 farmers market에 가는 일이다. 각 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적어도 정오까지는 장이 열려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가야 원하는 야채를 구할 수 있기에 늑장을 부리지 않는 게 좋다. 특히 겨울엔 야채의 종류도 줄고, 나와 있는 야채의 양도 적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지지난 일요일 장에서, 남편과 내가 원하는 lettuce (한국의 채소로 치면 상추와 비슷하며, 요즘은 하이브리드로 생김새는 물론 맛도 다양하다. 요즘 우리가 자주 가는 가게에는 butterhead lettuce 종류가 나온다.)를 구하지 못한 일도 있고 해서, 지난 일요일엔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가게의 lettuce는 이미 동이 나고 없었다. 덩그렇게 빈 자리를 보며 느끼는, 그 서운함과 실망감이란…… 하지만 그날은 서운함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아무 곳, 아무 때나 얼굴을 내보이지 않는, 귀하고도 귀한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Romanesco broccoli)가 환하게 나를 반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마네스코 브로콜리는 집 주변 가게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음은 물론, 1년 내내 나오는 채소가 아니기에 farmers markets에서도 계절이 아니면 구하기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로마네스코 브로콜리를 장에서 보는 날은, 운수대통한 날이다. 지난 가을시즌에도 겨우 서너 번 구경한 것이 다였다. 지난 일요일 장에 고개를 내민 로마네스코 브로콜리는,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이 너무도 깨끗하고 신선해서 요리를 하기에 아까울 정도였다. 이 브로콜리는 원래 상태가 좋으면, 종이 (paper towel)로 잘 싸서 비닐 백에 넣어 냉장보관 하면, 적어도 2주일 동안은 그 싱싱함을 그대로 유지하기에, 간난아기를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두 송이를 집어들고 왔다.

로마네스코 브로콜리는 집 주변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로콜리 대신 이용할 수도 있지만, 모양에서 느껴지듯이 씹히는 감이나 맛이 달라서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익혀도 아삭한 질감이 많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 특성을 살리는 요리에 쓰면 더욱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 중에서 로마네스코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은 파스타 (cream sauce)에 곁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엔 좀 색다른 시도를 해 보았다.

지난 가을시즌에 시도해 보고 싶었는데, 미루다 시즌을 놓쳐 못해 본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초간장 절임’을 만들어 보았다. 사실 지난 봄, 일반 브로콜리로 ‘초간장 절임’을 담그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간장과 식초 그리고 설탕의 비율을 잘 못 맞춘 탓인지,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맛이 났다. 남편에게 맛있다고 세뇌를 시켜가면서 여기저기에 슬쩍슬쩍 곁들여 내 놓아 봤지만, 남편은 고사하고 내 자신도 설득시키지 못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귀한 로마네스코 브로콜리를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난 여름에 만들어 본 ‘양파 초간장 절임’은 바닥을 볼 정도로 잘 먹었기에 과감히 시도해 보았다.

초간장에 절인지 3일째 되는 오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냉장고에서 꺼내 본 결과……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두어개 주워 올려보니, 절임을 한 다음 날까지만 해도 생생하게 떠있던 브로콜리는 간장물에 까맣게 졸아 있었다. 순간, '좀 짜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좀 짰다. 양파보다 수분을 더 함유하고 있을 것 같아 간장을 양파절임을 할 때보다 조금 더 넣었는데, 그게 오산이었다. 브로콜리가 보기와는 다르게 양파보다 간장을 더 쉽게 빨아들이는 몸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사각사각 씹히는 것이 샐러드나 샌드위치 고명으로는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이 브로콜리절임을 어디에 어떻게 곁들여 먹는지는 다음 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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