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태양은 겨울철 우기를 제외하고는 말그대로 언제나 쨍쨍하다. 게다가 밖에서 시간 보내는 걸 즐기다 보니 자외선차단제를 챙겨바르는 것은 밥 먹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외선차단제에 들어 있는 성분에 대해 알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리뷰를 찾아 다니며 자외선차단제 성분과 그 작용도 검토해 보았다.
이런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점을 알게 되었다. 자외선차단제가 주는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자외선차단제 자체의 성질을 이해해야 함은 물론, 이에 못지 않게 이를 사용하는 방법과 다른 화장품과의 궁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외선차단제의 기능과 그 사용방법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이러쿵 저러쿵 말들도 많고 서로 반대되는 말도 적지 않아서, 제대로 된 자외선차단제를 찾는 일이 더 복잡해졌다.
자외선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완전한 자유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여기저기 떠도는 말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것 같아서,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 보았다.
1. SPF 지수와 지속시간
a. SPF (Sun Protection Factor)란?
간단히 말하면, 자외선 중에서 UVB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를 의미한다. 자외선차단제로서, sunscreen, sunblock, sun cream, sun shield 등 sun 옆에 어느 이름을 갖다 붙이든, 자외선을 와전히 차단해주는 차단제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정론이다.-FDA는 sunblock이란 이름을 미국내에서 쓰지 못하게 규율하고 있다. 그 이름보다는 SPF 옆에 써있는 수치가 자외선(UVB)차단제의 성능를 말해준다.
SPF 옆에 써있는 수치는, 그 차단제를 바르고 태양 아래서 sunburn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말해준다.-여기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다. 한 피부과의사의 말에 따르면, 이는 시간 개념이 아니라, 최소 홍반량 (MED)의 비율을 뜻하는 지수라고 한다. 최소 홍반량이란 피부에 홍반을 일으키는 최소 자외선 량을 말하는 것이며, SPF =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뒤 최소 홍반량/그냥 놔둔 피부의 최소홍반량’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SPF 15라는 것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뒤에는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15배의 광량을 쬐어야만 홍반이 생긴다는 의미라는데, 그렇다면 SPF 수치에 따라 차단제의 작용시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SPF수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피부에 더 나쁜 것도 아니게 된다.
하지만 화장품업계에서는 보통 SPF를 시간지수로 보고 있다. 보통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sunburn(빨갛게 되는 것)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인종이나 개인에 따라 개인차가 다소 있겠지만, 15-20분으로 보는 게 보통인 것 같다.-이는 피부의 멜리닌 색소의 함유량에 따라 달라진다. 수치 1이 이 시간을 의미하므로 수치가 20이면 20배가 되는 것이다 (20X15 또는 20).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수치에 관계없이 차단 효과가 줄어든다고 한다. 또, SPF 15는 UVB를 93.3% 차단하는 반면, SPF 30은 96.7%를 차단해주기 때문에 수치의 변별력이 없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makeupalley.com). 그렇다면 SPF 수치는 지속시간과 그리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바로 여기에서 사용자들의 혼란이 시작된다.
b. SPF 수치가 높을수록 지속시간이 길다?
이론적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차단제를 바르고 난 뒤엔, 여러가지 이유로, 원래 지수가 보여주는 지속시간보다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차단제의 지속시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개인적인 요인(지성/건성, 땀의 분비 정도), 환경적인 요인(건조한 곳/습한 곳/태양에의 노출 정도) 그리고 개인의 습관(화장품을 바르는 순서, 바르는 makeup의 종류 등등) 등이 있으며, 이것들이 상호 복잡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면 피부에서 오일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이 땀을 많이 흘린 경우라면 그 지속시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이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특히 비가운 (Begoun, The Beauty Bible, The Beginning Press, 2nd ed., pp.139-145)에 따르면, 화장을 하는 여성의 경우, 차단제 위에 덧바른 다른 화장품의 성질 그리고 그것을 바르는 방법 등이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것들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두는 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수가 보여주는 시간 그대로 효과를 누릴 수 없으니, 전문가들은 SPF 15 이상이면 일상 생활에서는 족하다고 하는 것이고, 2시간 간격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 주는 게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파우더 메이컵 (powder makeup)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으므로, 이건 솔직히 현실성이 없는 조언으로 보인다.
운동을 할 때는 또 말이 달라진다. 수영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경우에는 지속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water resistant sunscreen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야외에서 하는 운동일 경우엔 지수가 높은 스포츠용을 써주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c. 그렇다면 SPF 지수가 높은 제품을 사서 바를 필요가 없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가 없다. 앞서 말한 여러 요인의 영향으로 인하여 사람에 따라, 같은 사람인 경우에도 환경에 따라, 그날그날 하는 일에 따라 차단제의 지속시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 일상생활에서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는 시간이 거의 없을 경우 외에는 적어도 SPF 20 이상 (물론 UVA 차단 성분도 포함한 것)을 바르는 게 현실적으로 보인다. 나의 경우는 이곳의 기후를 고려해서, 일상용으로도 여름엔 SPF 지수가 높은 것, SPF 40-50 정도를 쓴다. 그리고 특별히 야외에서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겨울이든 여름이든 50 이상을 바르고 있다.
• 수영을 할 경우에는, 진정 sunburn을 원하지 않는다면 물에 들어간 후 적어도 80분 후에는 다시 차단제를 발라주어야 하기 때문에, 지수보다는 water resistant 정도를 고려하는 게 좋다. 그런데 아무리water resistant 가 강한 것이라 해도 80분을 넘기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위의 책, p.145).
• 결론적으로 말하면, SPF 지수가 높은 것을 사서 바를 가치는 있다. 하지만 정말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받고 싶다면, SPF 지수 외에도 다음의 사항도 함께 고려하는 게 현실적으로 보인다. UVA 차단 성분의 함유여부, 다른 skin-care 제품이나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여러 개 동시에 사용할 경우 이들과의 역학관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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