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 Taste test. 편견없이 맛의 우열을 가려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 기존시장에 진입할 때 쓰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80년대, 펩시콜라가 이 블라인드 테스트에 근거한 '사람들이 펩시를 더 좋아한다'는 결과를 내세워 코카콜라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면서, 한동안 코카콜라를 전전긍긍하게 했다.
코카콜라는 펩시의 도전에 맞서 새로운 콜라를 개발하게 되었고, 시장에 내놓기 전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다. 테스트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콜라를 좋아했다. 하지만 실제 새 콜라가 시장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새 콜라를 싫어했다. 사람들은 예전의 콜라 맛을 돌려달라고 외쳤고, 결국 코카콜라는 새 콜라를 시장에서 거둬들여야 했다.
왜, 시음에서 사랑받았던 새 콜라가 시장에 나왔을 때는 외면을 받았을까?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콜라가 음료상품으로서 소비자와 만나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테스트에 의존했기 때문이었다. 콜라는 눈을 감고 긴장한 상태에서, 그것도 한 모금만 찔금 마시는 그런 음료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편안한 상태에서, 한 잔, 한 캔, 혹은 그 이상을 즐기며 마시는 음료라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음료든 혀 끝으로만 느끼는 맛과 한 캔 혹은 한 병을 마실 때 느끼는 맛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내세웠던 사람들이 미처 생각못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지만, 혀만 맛을 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눈도 맛을 본다. 코도 피부도 맛을 본다. 때로는 기억이 맛을 변질시키기도 한다. 실험실의 콜라 혹은 눈가리고 찔금 마시는 콜라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마시는 콜라, 그 콜라와는 다르다. 나무를 뒷바라지 하는 서식환경은 보지 않고, 잘 자란 나무만 본 격이다.
인간의 사물에 대한 순간적 판단능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대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능력도, 보이지 않게 이를 뒷받침해 주는 주변환경이 없으면 그 빛을 발하지 못한다. 우리 뇌는 그렇게 작용하게 되어 있다. 구성물 서로가 얽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세상을 읽고 세상에 반응하게 말이다. 그래서 눈가리고 마시는 콜라에 대한 판단은 오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인간의 사물에 대한 순간적 판단능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대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능력도, 보이지 않게 이를 뒷받침해 주는 주변환경이 없으면 그 빛을 발하지 못한다. 우리 뇌는 그렇게 작용하게 되어 있다. 구성물 서로가 얽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세상을 읽고 세상에 반응하게 말이다. 그래서 눈가리고 마시는 콜라에 대한 판단은 오류에 빠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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