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0일 목요일

Hiking, 그것의 즐거움에 대하여


지난 금요일, 비가 그친 틈을 하이킹에 나섰다. 어제까지 내린 탓인지 산행객들이 주로 드나드는 주차장이 한가하다 못해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겨울 아침이라 해도 여느때 같으면 이상은 차있었을 시각인데... 주차장을 벗어나 입구에 들어서니, 나뭇가지에 걸려있던 싸늘한 아침공기가 바람을 타고 몸으로 내려 앉았다. 적당히 기분좋은 차가움이었다. 이게 얼마만에 맛보는 싱그러움이던가?

내가 뜨거운 여름 태양을 무서워함에도 불구하고, Bay Area 떠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중의 하나가 계절에 상관없이 자연을 느끼며 하이킹을 즐길 있다는 것이다. 2005 늦은 , 남편과 주말에 바람도 쐬고 건강도 챙길  Bay Area 있는 트레일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Pescadero 근처의 Butano State park 있는 트레일을 시작으로, 그해 여름이 가기 전까지 10 군데 공원을 찾아 다녔다. 시간이 가면서 우리가 선호하는 하이킹 코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San Rancho Antonio Park, Castle Rock, Sosalito Marin Headlands, 그리고 Pacipica  San Pedro Valley State Park 있는 트레일로 우리의 산행은 좁혀져 갔다. 그해 봄과 여름 우리가 찾았던 공원의 트레일 거의 모두가 나름의 매력으로 우리에게 기억에 남을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우리가 위의 개의 트레일로 선택의 범위를 좁힌 것은, 운전거리나 산행시간을 고려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이 산행의 즐거움을 주는 자연적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남편과 나의 주말 산행은 삶의 일부가 되어 갔다.

내가 원래 산행을 그렇게 좋아한 것은 아니다. 서울에 있을 때도 가끔씩 가곤 했지만, 지금처럼 즐기지는 못했다. 지금은 시간과 체력이 허락되는 언제든지 산행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만 말이다. ? 그땐 시간이 항상 부족했다. 산행과 같이 많이 시간을 요구하는 여가활동에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이상하게 서울에서는 산행을 가게 되면 반나절 이상이 소비되었던 같다. 어쩌다 시간 내서 가더라도, 사람에 치이다 돌아 오는 주말산행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도 크게 작용했. 이와 더불어 주차공간을 찾는 어려움도 한 몫 했다. 주차공간을 찾다가, 시작도 전에 진이 빠지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 서울에서의 산행은 여자 혼자 즐길 있는 여가활동이 아니었다. 사람들 인식이 그랬다. 뭐든지 혼자 하는 거에 익숙했고, 즐긴다고 생각하면서 지냈지, 산행만큼은 다른 사람들의 인식이라는 핑계를 대고 자신을 묶어 놓았던 것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다. 일단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있는데다가, 하루 2–3시간만 투자해도 하이킹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건에 있다.   

상황이 달라진 것 있지만, 내가 하이킹을 즐길 있게 데에는 나의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뭔가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면 시간을 내는데 인색했던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다. 무엇을 하든, 하는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내가 된 것이다. 처음 산행을 시작하게 것도 건강을 얻을 있다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남편과 산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건강은 부차적으로 얻는 덤이 되었다. 남편과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서로 나누는 것 자체만으로도 삶이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산행의 맛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혼자 산행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른 아침의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몸을 깨우고, 그동안 오고갔던 생각들이 정리되는 시간. 시간도 남편과 함께 하는 산행 못지 않게 의미있는 시간이다.  

어제는 지난 주말에 남편과 새롭게 시도해 보았던 트레일을 찾았다. 아침 7 20.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하이킹을 마치고 산을 내려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 부부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
심리학자 가트만 (John Gottman)의 표현을 빌자면, 모든 결혼은 모스부호와 같이 두 사람만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두 사람에게 의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 보여지는 상호작용을 관찰해 보면, 그 부호가 바로 드러난다는 게 Gottman의 주장이다. 즉 Gottman에 따르면, 그 부호는 커플의 역학관계의 암호이며, 이 암호를 따라보면 커플관계의 지속성 여부까지 보인다고 한다.

2011년 1월 14일 금요일

Book Review-Blink




Blink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생활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간의 무의식적 인지능력 (unconscious cognition) 실체–그 잠재력과 오류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직관 혹은 육감 (intuition)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뭐라 불리든 저자 Malcolm Gladwell 이야기하는 무의식적 인지능력은 뇌 활동의 결과물로서 인간의 본질적 특성 중 하나를 이룬다따라서 이는 어쩌다 운좋게 일어나는 신비현상이 아니라, 경험과 노력에 의해 키워지는 잠재된 인간의 능력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Blink 펼치면, 면밀한 과학적 검증 끝에 진품으로 판명된 고대 그리스 조각품의 하나인 kouros (젊은 남자상) 가짜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던 고미술품 전문가들–Thomas Hoving, Evelyn Harrison, 그리고 Federico Zeri 등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없는  unconscious cognition, 특히 snap decision making의 활략이 일상생활의 중심에 있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다른 한편 Gladwell, unconscious cognition 미천할 경우엔 잘못된 판단으로 대가를 치를 수  있음도 잊지 않고 지적한다. 인식과 편견이 알게 모르게 같이 묶여있을 때, 인간의 무의식적 인지능력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판단오류를 일으킨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무의식 속의 편견을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편견을 극복함으로써 unconscious cognition이 빠질 수 있는 오류에서 벗어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편견과 다른 편에 서있는 진실에 의도적으로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자면, 자신의 무의식 속에 흑인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경우,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흑인들의 활약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무의식적 편견을 깨어간다는 것이다.

커플이 주고받는 일상적 대화를 관찰하면서 그들 관계의 지속성여부를 판단하는, 커플 역학관계에 대한 심리실험과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심리학자 John Gottman 이야기는, 무의식적 인지능력의 다른 측면무의식적 인지능력은 지식을 바탕으로 축적된 경험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다 운좋게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거나 참고할 정보가 거의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 무의식적 인지능력은 진가를 가장 보여준다. 긴급상황에 자주 놓이게 되는 군인, 응급실 의사, 그리고 소방관 등이 위급한 상황에서 내리는 결정이 좋은 예가 된다. 여기에서 Gladwell, 찰나에 이뤄지는 snap decision making 정보를 끌어 모아서 내리는 논리적 분석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 오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한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속담이 생각는 순간이다. 심장학의 권위자인 Lee Goldman 심장마비 판단 체크리스트의 탄생과정과 효율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무의식적 인지능력의 긍정적 힘은 오랜 노력과 경험에 의한 것임이 한번 확인된다.

Blink 획기적인 연구결과나 새로운 주장을 담고 있는 그런 책은 아니다. snap decision making 보여주는 능력은 단순한 요행에 의한 것이 아니라, 쌓이고 싸인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우리 뇌가 우리도 모르게 내리는 결정이라는 것을, 그동안 쌓여온 학문적 연구성과와 적절한 사례를 엮어서 일상적인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친절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여기에서 독자는 이 책이 주는 혜택을 맘껏 누리게 된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저자가 예로 들고있는 사례 중에서 George Soros 일화는 unconscious cognition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Intuition 과학적으로 검증할 없는 우연적 현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을 있는 빌미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 전반에 걸쳐 흥미있는 연구사례가 요소요소에 소개되어 있는데, 사례들이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해주는 반면, 책의 깊이를 얕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Malcolm Gladwell is a writer for The New Yorker.

2011년 1월 12일 수요일

Unconscious Cognition


인상이 인간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이의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편견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가 인상이 갖는 영향력을 파괴할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인상은 얼마나 정확할까? , 직관 혹은 육감을 근거로 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에 얼마나 도움을 줄까? 예를 들어, 자동차 판매장에 막 들어선 손님과 판매원의 눈이 마주쳤을 때를 생각해 보자. 손님이 들어 서 순간부터, 자동차 판매원은 알게 모르게 손님의 표정이나 행동을 근거로 이런저런 판매전략을 짜면서 손님을 맞는다고 한다–정말 자동차를 의도로 매장을 찾은 것인지, 어느정도의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흥정에 얼마나 강한지 . 인사를 나누며 마디 주고받는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손님을 대하는 전략을 각기 다르게 짜는 판매원의 판매실적은 과연 어떨까?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틀은 다양하다. 최근 neuroscience 분야에서 쌓아온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뇌작용의 결과로 이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게 아주 새로운 시각은 아니지만, fMRI PET  첨단기계의 힘을 빌려 한동안 일부에 한정되어 있던 뇌의 구조, 기능과 인간의 정신, 행동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덕분에 나역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재미를 보고 있다. 심리학 교수의 추천으로 들락거리기 시작한, brainscience podcast 재미의 중심에 있다. Ginger Campbell 진행하는 podcast 에피소드마다 누구나 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주제를 다루고있는데, 몇몇 에피소드는 단순한 재미를 너머, 잃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오랜 궁금증 풀어주고 있다. 가끔은 더한 갈증을 불러일으켜이곳저곳을 파헤치며 다니게 하기도 한다.   

중의 하나가, 흔히 직관 혹은 육감 (intuition or gut feeling)이라 말해지기도 하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인지능력 (unconscious cognition) 관한 것이다고미술 전문가가 눈에 그리스 조각품의 진위성을 알아보는 능력, 혹은 부부가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나 태도를 보면서 그들 관계의 역학, 심지어는 그 지속성여부를 파악할 있는 심리학자의 판단력 . 귀가 솔깃해지기에 충분한 주제다. 나역시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들을 종종 경험하곤 한다. 하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학 근거없이 주장하는 fallible myth 치부되는 같아 묻어두고만 있었다. 하지만 인간 뇌에 대한 연구가 심도있게 진행되면서, 직관 혹은 육감이라 불리는 현상은 unconscious cognition 이라는 활동의 일부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구체적인 증거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Gerd Gigerenzer Gut Feelings라는 책에서, 저자의 표현을 빌면, the intelligence of the unconscious라고 하는,  무의식적 인지능력을 근거있는 인간의 능력으로 받아들인다. Gigerenzer 이를 gut feeling이라 부르면서, gut feeling에서 나오는 순간적인 판단이, 경우에 따라서는 오랜 생각 끝에 내리는 논리적인 결론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며, 이를 과소평가하거나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인간의 무의식적 인지능력 (unconscious cognition) 실질적으로 보 다른 사람, Malcolm Gladwell은 Blink: The Power of Thinking without Thinking이라는 책에서, 구체적인 사건이나 일화 혹은 실험을 예로 들어가면서 unconscious cognition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unconscious cognition 혹은 unconscious intelligence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능력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저자 모두,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뇌의 활동의 결과물인 snap decision making 경쟁력을 높이 산다. 물론 snap decision making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도 인정한다. 하지만 무의식적 인지능력이 인간의 본질적 속성인 만큼, 많은 경험과 연습으로 오류를 줄이고, 그 능력을 키워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예를 자동차 판매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자동차 판매에서 월등한 실적을 거둔 적이 있는, 미국 뉴저지의 니싼 자동차 판매소의 관리자 따르면,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에 대한 인상에 기반한 판단과는 다르게 손님과의 만남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의 판매실적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나는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 모두를 똑같이 대한다. 단지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손님과 시간을 보낸다라고 했다. 그는 unconscious cognition 오류가능성을 그의 방식대로 극복한 것이다.

종종 논리적으로 설명할  없는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한동안 과학의  너머에 있던 직관 혹은 육감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인간 뇌작용의 결과라는 . 사실을 알았을 , 내게 이제까지 일어났던 설명할 없었던 일들이 뒷걸음치다 밟은 격의 요행 혹은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