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중독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는, 약물을 끊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끊고도 싶어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약물에 노출된 결과로 생긴 뇌 손상으로 말미암아, 입으로 말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생각지 못하게 되는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약물에 익숙해진 몸이 withdraw 증상을 이기지 못해 약물을 찾게 되는 현상과는 다른 문제다. withdraw 증상에 따른 약물로의 회귀는 맘먹기에 따라 극복되기도 하지만, 뇌 손상으로 말미암은 이 증상은 어떤 의지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neurological 장애다.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 외에,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생각 못하고 아는 것과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 사고나 뇌종양 등의 질병으로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라 불리는 뇌의 부위가 손상된 사람들이다.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는, 우리 뇌의 핵심을 이루는 4인방 중 하나인, 인간만이 가진 특징으로 여겨지는 언어, 논리적 판단 등의 지적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두엽(frontal lobe)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뇌 손상 환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 온 neuroscientist, 다마시오(Antonio R. Damasio)는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가 손상됐을 경우, 의사결정 능력이 없어진다고 말한다(Descarte's Error). 앞서 예를 든, 약물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던 사람들의 뇌를 MRI 혹은 PET 등으로 검사하면,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가 손상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Damasio에 따르면,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는 의사결정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을 따르는 행동 및 윤리적 사고 등 보통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기능에 주로 관여한다고 한다. 사고 등으로 frontal lobe에 물리적 침해가 있었으나, 언어, 기억, 운동신경 등은 전과 다름없이 기능하지만, 사고 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사고 전에는 논리적이며 예의 바르게 행동했던 사람이, 사고 후에는 아무 때나 욕을 한다거나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여 경제적 손실을 내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Damasio는 frontal lobe 부위 중,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의 손상을 의심한다.
Discussion Point: 개인의 정체성, 자유의지 혹은 뇌
그렇다면, 인간을 인간이게 하고, 한 개인을 그 사람이게 하는 것의 하나로 논의되어 온 '자유의지'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특히, 사회적 존재로서 한 개인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놓고,도덕성, 책임감의 문제를 물을 때, 자유의지는 뜨거운 감자가 되곤 한다. '자유의지는 없다' 혹은 '자유의지는 환상이다.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고도 행동에 대한 책임은 물을 수 있다'고 말하는 철학자나 과학자도 있는 가운데,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의문이고, 수많은 논쟁을 거쳐 왔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답은 보는 시각에 따라 열려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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